개인

3년 차 개발자의 퇴사 후 이직 회고

nova_dev 2021. 4. 2.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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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퇴사짤

2017년 6월에 회사에 입사하고 어느덧 3년이 지났다. 큰 기대와 야망을 품고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이 회사에 지쳐 더 좋은 곳으로 떠나갔고, 남은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더 열심히 해보려고 아직 노력하는 사람들과 회사에 질려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말이 많은 회사였지만 나름의 장점들이 많았고,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회사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내 경우는 약 세 달간 퇴사를 고민하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퇴사 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 나는 왜 퇴사를 하고 싶은가?
  •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나와 잘 맞는가?
  • 이직한다면 어떤 업무로 가고 싶은가?
  • 회사 내에서는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이직 시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 퇴사 후 하고 싶은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가?
  • 이직 시 경력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
  • 쉬는 중 금전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퇴사 사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퇴직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만약 현재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위 질문 리스트를 써두고 답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답을 적다 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했고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고, 현재 회사에서는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팀/실장님과 기나긴 면담 후 퇴사를 할 수 있었다.
5월에 퇴사를 이야기 했는데 9월까지 다니자는 실장님을 설득하고 6월 말까지 다니고 퇴사할 수 있었다.. 어디 바로 이직하는 것이 아니니 최대한 붙잡을 것이기 때문에 잘 설득해야 한다. 혹은 윗 사람과 얘기해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받아들여도 좋다.
(ex) 1. 연봉이 문제니? 연봉 올려줄까? 2. 다른 팀으로 옮겨줄까? 어떤 일을 하고 싶니? 3. 번아웃이면 조금 쉬면서 고민해보는건 어떄? 

퇴사 버킷리스트 작성

퇴사를 결정하기 전에 이직 시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쉬면서 어떤 일들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10가지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각각 어떤 기간 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퇴사 버킷리스트를 자세히 정리했다.

  1. 제주도 한 달 살기
  2. 책 완독 하기
  3. 스프링 공부하기
  4. 기술 블로그 쓰기
  5. 어학
  6. 부모님 사업 도와 드리기
  7. 이직 준비하기
  8. 라섹하기
  9. 개인 취미활동
  10. 운동하기

위 리스트의 각 항목들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목표 기간, 세부 항목 및 계획을 정리해서 약 3페이지가량이 나왔다. 퇴사 후 6개월간 쉬면서 진행하려고 목표로 세 일들이었고, 실제로 취업까지는 9개월이 걸렸다.

1. 제주도 한 달 살기

회사에 들어간 것도 졸업 전에 입사해서 졸작을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학교 다닐 때에도 전자공학과를 다니며 부전공으로 컴퓨터 공학과를 공부하며 이것저것 외부 활동들을 많이 하면서 인턴까지 하다 보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구구절절한 변명)

이런 변명 아래에 퇴사하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쉬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 후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괜찮은 숙소를 잡으려면 미리 예약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퇴사 전에 미리 모든 예약과 대략적인 계획을 마친 상태로 제주도로 출발했다.

제주도 이미지

제주도에서는 가능하면 개발은 하지 않고 정말 쉬었다. 코로나라 파티를 즐긴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못했지만, 거의 매일매일 예쁜 카페나 맛집 탐방을 즐겼다. 초보운전이라 미리 운전 연수를 받고 제주도에서 운전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만드는 체험 같은 것도 해보고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볼만한 오름이나 올레길을 걸었다.

참 이상한 게, 회사 다닐 때는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막상 쉬니까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2. 이직 준비하기

생각보다 이직과 취업은 어려움이 많았다. 딱히 회사를 들어갈 때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따로 준비했던 것이 없어서 부족했던 것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이직을 준비하면서 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이력서 및 포폴 준비, 깃헙 관리하기 (서류 준비)
  2. 알고리즘 공부하기 (코드 테스트 준비)
  3. 스프링, 자료구조, 자바 등 기술적인 지식과 개념 공부하기 (기술 면접 준비)

위 세 가지 모든 것이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퇴사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서류에서조차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서류가 붙으니 그다음은 코드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차곡차곡 경험치 쌓아서 레벨업 하는 느낌)

사실 경력 이직 시 코드 테스트의 난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DP나 BFS, DFS 등 전혀 알고리즘의 알도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를 푸니 코테에서 와르르 떨어지는 참사가 있었다. (산 넘어 산..)
알고리즘을 3달 정도 하루에 한 문제씩 꾸준히 풀고 나니 그 이후에는 배민이나 네이버 등 코테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던 듯. 대략 문제의 난이도는 프로그래머스의 Level 2까지만 풀어도 붙는 정도.

준비할 때는 서류랑 코테만 준비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붙고 나니 그것이 시작임을 알았다.

기술 면접은 날카로운 질문들이 많았고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면접 중 공부하는 경우(..)를 몇 번 겪었고 결국 네이버는 떨어졌지만 다른 몇몇 회사의 최종 합격하여 가장 가고 싶은 회사로 입사하게 되었다.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과 느낀 것이 많아 나름의 좋은 경험이었던 듯.

3. 책 완독 하기

퇴사 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책은 총 두 권이었다. 첫 번째는 Effective Java, 두 번째는 스프링 프레임워크 5 책이다.

스프링 프레임워크는 기존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아 전혀 익숙하지 않았으나 백엔드 쪽 이직을 준비하면서 꼭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하루에 4시간씩 투자해서 2주간 공부해서 스프링 프레임워크 5 책을 완독 했다.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정리를 시작했고 기존에 사용하던 프레임워크의 한계로 직접 구현하던 부분을 스프링 프레임워크에서 모두 지원해주는 것을 보며 찬양했다.

그런데 Effective Java는 도저히 혼자 읽으려니 읽히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밋코더의 스터디 공고를 보게 되어 이거다 싶어서 바로 지원을 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것은 신의 한 수..)

밋코더는 생각보다 더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스터디였고, 이제 갓 입사한 따끈따끈한 주니어들과 학생들, 그리고 연차가 비슷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자바를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은 생각보다 기술을 공부하기 정말 좋은 창구였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중간중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고 다들 열심히 해주어서 Effective Java를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4.  스프링 공부하기

기존에 회사에서 사용하던 웹 프레임워크는 스프링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프링을 사용하는 회사의 백엔드 쪽으로 넘어가려는 내게는 스프링 가장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높은 허들 중 하나였다.

우선 처음에는 패스트캠퍼스에서 자바도 한번 다시 볼 겸 묵혀둔 자바&스프링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했다.
전부 정주행 한 후 스프링의 대략적인 사용법은 감이 잡혔지만, 실제로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팀원들을 구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행히 좋은 팀원들을 만나 약 10월부터 1 월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잘 마무리했다.
프로젝트 중간에도 스프링 개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추가적으로 인프런강의와 스프링 책을 보며 따로 공부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3월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디자이너 둘, 프론트 3, 백엔드 3으로 구성된 나름의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제 막 기획과 프로젝트 구성 단계로 새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 걱정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잘 끝나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5. 기술 블로그 쓰기

퇴사 버킷 리스트 중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기술 블로그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꾸준히 블로그를 작성하는 것의 어려움은 정말 하늘을 찔렀고, 뜨문뜨문 글을 올리며 연명하는 수준으로 글을 썼었다.
그런데 조금만 바빠지거나 일이 많아지면 가장 먼저 손을 놓게 되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것에는 기술 블로그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라 어떻게 해야 꾸준히 블로그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Effective Java 스터디를 함께하던 밋코더에서 블로그 포스팅 스터디를 한다는 이야기에 함께 조인하여 (나름) 꾸준히 블로그를 쓸 수 있었고, 더 좋았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쓴 좋은 글들을 보고 발표를 들으면서 다양한 기술적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던 점이다.

두리뭉실 알고 있던 것, 이름만 들어본 것, 나중에 공부해봐야지 하고 미뤄둔 것 등 다양 기술 지식들을 공부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코틀린, RxJS, Kubernetes, Docker Compose, 객체지향, 리눅스 등등..)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아 꼭 다른 사람들이 작성해둔 글을 한 번씩 읽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6. 어학

어학은 토익을 공부할 생각은 0.1g도 없었고, 스피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쉬는 동안 자격증도 딸 겸 오픽과 일본어 스피킹을 2주씩 공부해서 IH와 SJPT level 6을 따두었다.

그리고 스피킹 실력을 유지하려고 일주일에 세 번씩 전화영어를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공부보다는 그냥 10분씩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 푸는 느낌..

7. 부모님 사업 도와 드리기

퇴사 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제주도에서 쉬고 올라온 뒤 부모님 회사 홈페이지 작업과 마케팅 같은 것을 도와드렸다. 처음에 목표로 했던 만큼은 끝내지 못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었던 듯.

8. 라섹하기

드디어 라섹하고 눈의 자유를 되찾았다.

9. 개인 취미활동

취미활동은 유튜브를 적어두었는데 동영상 편집을 한번 시도하고, 이건 취미가 아니라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임을 깨닫고 그대로 접었다.
(언젠가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겠지?)

10. 운동하기

퇴사 후 운동은 제대로 못했다. 원래는 회사 앞 필라테스를 다녔는데 근육이 빠진듯 ㅠㅠ
홈트라도 한다고 가끔 실내 자전거를 타는 정도..?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헬스장에 맘 편히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무리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시간의 여유가 있다 보니 혼자 여행을 가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던 것도 좋았고, 회사 밖의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개발자들과 함께 공부한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지금은 나름 괜찮은 오퍼로 마음에 드는 회사에 다니게 이직하게 되어 퇴사 후 이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 회사에서 스스로가 정체되고 더 이상 나아갈 방법도 없고 심한 번아웃을 겪고 있다면 나는 퇴사하고 스스로를 정리하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다시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역시 베스트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천천히 준비하고 나아가는 것이겠지만 퇴사 후에도 내가 스스로 준비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대신 너무 오래 쉬면 안된다. (쉬려면 최대 3개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일하려니 처음에 잠깐 손에 익지 않은 느낌이 나기도 했고 면접 때 6개월 정도 쉬고 나니 쉬는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왜 퇴사를 했는지,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하게 물어보고 의심하는 회사들이 있었다. 이때 쉬고 나서 이직하면 연협도 또 다른 고비이기 때문에 퇴사 후 이직을 고려 중인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을 잘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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